[SYOFF] 반인반마, 더센토르(The Centaur)

2014. 1. 17. 10:47Shared Fantasy/Fash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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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signer Yeranji (2008년 10월 ~ )


옷은 찾아 입었어도 '패션'이란 단어는 낯설었던 열아홉 살쯤, 처음 마주하고 단번 뇌리에 깊이 박힌 더센토르(The Centaur)를 기억한다. 그때 느꼈던 센토르의 이미지는 매력적이다 못해 심오하기까지 해서 전까지 봐오던 보그, 엘르 속 서양 언니들의 그것과 다름을 바로 알아차렸다. 눈앞에 보이는 것들이 디자이너 이상봉이나 박술녀의 한국적인 것과 달리 7, 80년대 동양적인 느낌이라 사뭇 신기하게 느꼈던 거 같다. 살아있는 것 같이 실제적인 DSLR 사진 느낌과 또 달리 한 톤 참해진 필름 사진 느낌 역시 센토르를 강력하게 인식하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 당시 느꼈던 감정들을 한데 묶어 총칭하자면 '동경'이라는 뉘앙스와 가장 흡사하다. 글쎄, 패션 브랜드라서 지금 당장 입어보고 싶다는 느낌보다 무엇이라고 감히 범접하기 어려웠으며 함부로 입어서는 빼도 박도 못할 것 같은 언니들의 옷만 같았다. 그래서 내게는 어렵고 낯설며 동시에 가장 친해지고 싶은 센토르의 세계였다. 



센토르 2011 F/W


학창시절을 지방에서 보낸 나는 더더욱 '패션 브랜드'와는 거리가 멀었다. 옷이라면 잡지 보고 예뻐 보이는, 멋져 보이는 것들을 골라 사 입는 게 다였기 때문에. 웹사이트를 통해 관찰만 하던 게 전부여서인지 수능이란 몹쓸 대사를 앞둔 청춘에게 센토르 같은 존재는 큰 사치였다. 센토르를 잊은 지 오래, 나는 어느덧 서울에 자리해 '패션'이란 단어를 글로 풀어쓰는 에디터를 하고 있다. 어쩌면 그때보다 지금은 센토르와 더 가까이 닿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짝사랑하던 이가 눈 깜짝할 새에 남의 그것이 되는 것처럼 센토르는 내가 딱 에디터가 되던 때에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마지막이라고는 센토르 정리 세일 기간에 쇼룸에서 구매한 클러치뿐. 클러치만이 아쉬워 뭐 하나라도 더 건질 요량으로 다시 찾은 센토르는 감감무소식으로 영영 문을 닫았다. 아, 왜 나 이제 뭐 하나 사려는데. 그렇게 센토르는 또 나와 멀어졌다. 마지막 건진 센토르의 몇 개 시즌 룩북이 얼마나 고귀하고 소중하게 느껴지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센토르는 동물과 인간을 반씩 섞은 반인반마 켄타우로스를 의미한다. 센토르는 1970, 80년대 빈티지한 감성과 동양적인 이미지를 더해 연출한다. 옛날 오래된 컬렉션을 보는 느낌이지만 결코 촌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센토르 디자이너 예란지의 뮤즈, 모델 이선은 센토르의 클래식한 이미지를 가장 잘 흡수하며 동시에 뿜어낸다. 소녀답고 순수한 이미지, 동양적인 마스크가 매력적이라 센토르와 꼭 어울리는 모델이다. 이선의 마스크 뿐더러 빈티지하고 동양적인 느낌의 센토르 디자인은 트렌드에 얽매이지 않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내게는 존귀하다 못해 정말 감히 범접할 수 없었던 센토르 그리고 디자이너 예란지의 소식을 새로 접하게 되었다. 신기했다. 연기같이 사라진 센토르와 수장 예란지 디자이너의 소식이라니. 바로, 길종상가에서 개최하는 '듣거나, 말하거나, 마시거나' 일곱 번 째 행사에 얼마 전 미국에서 돌아온 센토르의 예란지 디자이너가 함께한다는 소식이다. 길종상가의 듣말마 행사는 여태 참석 한번 못해보고 스케치로만 봐왔는데 회가 거듭될수록 규모가 커지더라. 충분히 재밌는 자리일 것 같다는 3자의 생각. 이번 듣말마 일곱 번째 행사는 평일 중에 열려 직접 참여는 불가하지만 예란지 디자이너의 타이틀만으로 믿도 끝도 없이 센토르에 대한 기대를 멋대로 가져본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센토르와 가장 잘 어울리는 사진을 선보였던 사진가 하시시박이 1년 전에 예란지 디자이너를 인터뷰했던 필름이다. 길종상가 듣말마 소개 페이지에서 이제야 접했지만, 반가운 마음에 함께 첨부한다.





센토르 2010 S/S




글 : 임예성, 사진 : 센토르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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