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6. 21. 11:27ㆍShared Fantasy/Culture
우리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활용해 넘쳐나는 정보를 수동적으로든, 자의적으로든 하루에도 몇십 개 혹은 몇만 개씩 접하며 살고 있다. 기술의 발전은 우리가 서 있는 여기 그리고 지금, 세상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는지 몸소 느끼며 깨닫게 해준다. 가끔은 기계의 전원을 모조리 다 끄고 등져보려 해도 하나부터 열까지 디지털의 영향을 받고 있으니 그런 도발 역시 쉽지 않음을 단번에 알아차린다. 오늘도 나는 컴퓨터로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고 사진을 정리하며 글을 쓰고 있다. 고로 나는 어떤 시대의 세대보다 편하고 삐까번쩍하게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멋지고 편한 세상인데도 불구하고 나는 유별나게 옛날 냄새나는 것을 좋아한다. 동묘에서 열리는 장을 즐겨 찾으며 거기서 얻은 중고 LP, 책 등 오래된 것들에 매력을 느낀다. 손가락 하나만 까딱이면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디지털 이전의 아날로그를 그리워하며 동시에 존중한다. 오래된 것의 가치를 아는 이들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인 것 같다. 손때 묻고 빛바랜 것들의 자태는 감히 반짝이는 새것이 따라올 수 없을 그것들만의 특별함을 지닌다. 항상 번지르르한 것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살기 때문에 유독 오래된 것에 집착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오래된 것을 좋아하면서 새것을 탓해본 적은 없다. 반짝이는 새것이 있기 때문에 빛바래고 오래된 것이 더 멋진 의미로 비치는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요즘, 특히 옛날 사진 찾아보는 재미에 푹 빠졌다. 흑백이나 컬러사진 구별 없이 내가 겪어보지 못한 이전 시대, 세대를 담은 사진이 무척 신기하게 느껴진다. 그 시절 사람들의 표정, 옷차림, 분위기, 아우라까지. 사진 한장 한장에 담겨있는 그들의 생활상이 낯설기도 하지만, 동시에 궁금하기도 하다. 이렇게 자리에 앉아 몇십 년 전의 사진을 손가락의 움직임만으로 구경할 수 있다는 것 역시 기술의 발전에 감사함을 느끼는 한 대목이다.
옛날 사진에 관심 두기 시작하면서 관련된 사진작가와 전시 소식을 꾸준히 접하고 있다. 이전에 소개했던 195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활동했던 사진작가 홍순태 선생님 사진전과 1950년대 충무로에 국내 최초 광고사진 스튜디오를 여신 김한용 선생님 사진전까지. 내가 지금 사는 대한민국 옛날 모습의 사진을 [편린]시리즈로 꾸준히 소개하고 있다. 패션의 근원이자 핵심인 유럽의 옛날 사진과 관련한 기사도 있다.
그리고 또 옛날 사진과 관련해 새로운 전시 소식을 접했다. 이전 사진들에서 봐왔던 옛날과는 또 다른 1950년대의 풍경을 서울시립대 박물관 특별전 <1950'S 서울의 기억>전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어느 사진가에 의해 기록된 1950년대 서울의 모습을 담은 사진전이다. 사진은 전쟁이 끝난 1953년 이후 재건시대의 경관을 보여주고 있어 폐허의 이미지보다는 차차 평온한 일상을 찾아가는 사진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부서진 다리와 총탄 흔적이 남은 건물, 거리를 메운 피난민들의 천막은 전쟁의 흔적, 고통의 잔상이기도 하다. 광화문, 서울역, 명동, 을지로 등 서울 도심 풍경에는 전쟁의 상처가 아물어가는 과정이 생생하며, 한강 변에서의 불교의식, 영어 간판이 즐비한 상점가, 노점 가에서 즐겁게 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명동 입구에 늘어선 미군들, 어색하게 어깨동무한 대한소년단 아이들의 모습도 이채롭다. 이번 전시의 사진들이 보여주는 사회적 풍경 역시 폐허와 재건이 혼재하는 1950년대 한국 사회의 자화상일 것이다.
전시이름 : 1950'S, 서울의 기억
전시장소 : 서울시립대 박물관
전시일시 : 2013년 06월 04일 (화) ~ 09월 30일 (월)
전시시간 : 오전 10시 ~ 12시, 오후 1시 ~ 5시 (점심시간 휴관)
휴관일 : 토요일, 일요일, 현충일, 광복절, 추석연휴
관람료 : 무료
글 : 임예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