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2. 2. 15:57ㆍShared Fantasy/Culture
한창 일본 문화에 빠져 표현 그대로 '사경을 헤맸던' 열다섯 살, 일본 음악과 영화는 내게 공부라는 숙명보다 더 필연적으로 와 닿았다. 나는 누구 말마따나 애니메이션 좋아하는 '오타쿠'는 아니라고 극히 부정했으나 사실 일본의 무엇에 빠져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오타쿠'가 아니었나 싶다. 그나마 내가 오타쿠가 아님을 부정했던 가장 큰 명분은 일본 록과 힙합이었다. 라르크씨엘, 엑스자판 같은 록은 물론 누자베스 같은 재즈 힙합까지 가리지 않고 들었던 기억이 있다. 한 번은 방과 후 학교 청소 시간에 흥 돋울 요량으로 교실 TV에 MP3로 당시 일본 록을 틀어 친구들에게 일본 문화 전도 역할도 서슴지 않았다. 당시 '신 난 음악'으로 가장 먼저 재생했던 오키나와 록밴드 오렌지렌지(Orange Range)를 아직도 선명히 기억한다.
오키나와의 5인조 록밴드 오렌지렌지의 국내 첫 내한 공연이 오는 2월 14일 화요일 홍대 롤링홀에서 열린다. 2004년 내겐 영웅이나 다름없던 오렌지렌지의 첫 내한 공연 소식이라 반갑지 않을 수 없었다. 2001년 결성해 2002년 2월 앨범 <오렌지볼>로 인디 씬에 데뷔하여 2003년 앨범 <키리키리 마이>로 메이저에 안정적으로 데뷔한 오렌지렌지는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롭고 높은 음악성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2010년 자신들의 음악 레이블 슈퍼에코(Super Echo)를 설립한 이들은 최근 '오보라아게하', '만약'이 포함된 싱글 앨범과 아홉 번째 앨범 <스파크>를 발매하고 일본 전국 라이브 투어를 가지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한국에서는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와 애니메이션 <코드기어스> OST에 참여해 일본 팝 팬들에게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일정 : 2014년 2월 14일 금요일
장소 : 홍대 롤링홀
글 : 임예성, 사진 : 롤링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