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7. 11. 19:38ㆍShared Fantasy/Culture
규범이 무의미한 곳 하지만, 어디보다 솔직하고 이성적인 환락가. 그 시절 한국의 이태원과 일본의 가부키초는 많이 닮았을는지도. 1984년의 이태원, 1999년의 가부키초를 담은 사진집 2권을 소개한다.
김남진 '이태원의 밤'
사진가 김남진이 1984년부터 1986년 가을까지 서울에서도 유독 특별했던 용산구 이태원 일대를 기록한 다큐먼트 <이태원의 밤>. 80년대 그곳은 온전한 서울 땅이 아니었다. 아마 미국 사람들이 많이 사는 미국 땅이었을지도. 서울에서 유일하게 외국 문물에 개방적이고 또 유흥의 본거지였던 이태원이었다. 지금은 실제 분위기나 외적인 시각들도 많이 정화되었지만, 그때는 동성애자, 마리화나, 혼혈 문화가 주를 이루던 다소 낯설고 무서운 곳이었다. 80년대에는 이 사진들이 미풍양속에 걸려 발표할 수 없었다고 하니 말이다. 시골에서 상경한 이들에게는 치열했던 삶의 현장이자 낯선 자에게는 일상의 탈출구, 감정의 해방구였던 80년대 이태원의 모습이다.
권철 '가부키초'
이웃나라 일본에도 잠들지 않는 거리, 가부키초가 있다. 아시아 최대의 환락가 가부키초에는 폭력, 섹스, 도박, 범죄 등이 만연해 있다. 야쿠자들과 흑인의 난투극, 클럽 호스티스들의 호객, 총기 난사 사건, 대형 화재, 불법 카지노 등 매일 밤을 아슬아슬하게 이어가는 곳이 가부키초다. 밤의 여인들이 뿜어내는 욕정의 향기, 피 튀기는 잔혹한 폭력 속에서 16년간 가부키초의 빛과 그림자를 기록한 사진가 권철이 있다. 해병대 저격수 출신인 그가 1994년 일본으로 건너간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처음으로 야쿠자들의 패싸움 현장을 보고는 카메라를 무기 삼아 자신의 ‘주요 전장’임을 느꼈다고 한다. 그가 찍은 가부키초의 모습은 위험과 욕망이 표류하며 화려한 세계의 빛과 그림자 모두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