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NMAG] 영화 <평범한날들>을 보고

2012. 6. 19. 04:16Shared Fantasy/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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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난 감독의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날들. 평범할 수 있지만 평범하지 않은 날들. 우리네의 평범하고 싶지만 평범하지 않은 일상. 마음, 시간, 고통.


<평범한날들>은 3명의 인물, 3가지 이야기, 3가지 구성으로 이루어진 옴니버스(Omnibus)식 영화이지만 3명의 이야기가 전부 다르지 않다. 첫 장편을 찍은 이난 감독의 욕심과 정싱이 보이는 부분이다. 이 세 단편 이야기는 하나의 공통점을 갖는다. 바로 "상실"을 전제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첫번째 이야기 'between'의 한철은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잃은 상실감으로 제대로 된 생활이 불가능한 홀아비이다. 젊은 나이에 아내와 딸을 잃은 고통으로 회사, 가정에서 제대로 서있지 못하는 대한민국 30대 남성의 이야기다. 평범할 수 있는 날이지만 한철의 마음은 여느때와 달리 평범하지 않다. 보는 내내 가슴을 졸였던 건 내가 저런 스트레스를 받았더라면 어떘을까 라며 몰입한 탓에 그 그리움, 서러움, 고통을 뛰어넘는 화를 주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가슴이 아팠다. 내가 만약 남편, 자식과 생이별 한다면 혼자 남은 나는 한철만큼의 생활도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몰입했다.


두번째 이야기 'among'의 효리는 5년을 사귄 남자친구에게 이별선고를 받는다. 평범하디 평범한 효리의 일상에서 남자친구 또한 큰 영향은 끼치지 않지만 그래도, 그래도 5년이라는 세월을 함께한 남자친구에게 '사랑이 다한것 같아'라는 말을 들은 효리는 또 이전과 다를 바 없이 평범한 날을 보내지만 효리의 마음은 이전과 달리 결코 평범하지 않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고로 다리에 부상까지 얻은 효리는 남자친구를 상실한 이별의 고통에 육체의 고통까지 더해진다. 평범할 수 있었고 평범할 것 같았고 평범할 줄 알았던 일상이 남자친구의 한마디로 평범하지 않은 일상이 되버린 것이다.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와 떠나간 남자친구가 동시에 겹치며 효리에게는 더 큰 상실감으로 와닿는다. 20대의 평범한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법한, 평범하지 않은 일상이다. 


세번째 이야기, 'distance'의 수혁은 부모의 부재 문제를 떠나(영화에서는 설명되지 않고 있다) 함께 살아온 할아버지를 잃는다. 이 또한 상실감을 전제로 전개된다. 수혁은 할아버지를 떠나보내고 그 상실감으로 도피하듯 리스본행 티켓을 끊는다. 할아버지의 죽음, 그 상실감이 수혁의 감성을 지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성적으로 리스본을 꿈꾸는 수혁. 평범할 수 있는 날이지만 할아버지와의 사별은 수혁의 마음에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일상이다. 여느날과 다름없이 담배를 피다가 우연히 할아버지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사람을 뒤쫓고 그의 아파트 현관문이 열리는 순간 여태 이성적이던 수혁은 감정적으로 한철의 머리는 내리 찍는다. 할아버지의 죽음을 되갚고자 했던 수혁의 내면이다. 하지만 이내 곧 자신이 내려찍은 사람이 본인이 찾던 사람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는걸 깨닫고 피범벅 상태로 119에 도움을 요청한다. 


이 세가지 이야기 모두 사별, 이별을 배경으로 누군가를 잃은 슬픔, 상실감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누구든 살아가면서 이별을 겪어보지 않은 자는 없을터. 그 고통을 이겨내는 방법을 터득하는 일이야말로 인간이 살아가면서 행복할 수 있는 가장 빠른 티켓이 아닌가 싶다. 사랑하고 혹은 사랑하지 않더라도 내 옆에 누군가를 잃는다는 고통. 이난 감독은 그 고통을 묘사하고 스스로 이겨내는 주인공들을 영화 속에 그리고자 했을 것이다. 인간사에 빼놓을 수 없는 종교문제는 일절 배제한 상태로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이겨내고자 하는 주인공들을 그려냈다. 종교라는 약없이 쓰디쓴 고통을 스스로 삼키고 소화시켜야 하는 인간을 그린 것이다. 


평범할 수 있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날들. 정확히 표현하면, 평범할 수 있던 마음이지만 평범하지 못하게 된 마음의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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