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린] 홍순태 사진전

2013. 2. 18. 19:53Shared Fantasy/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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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 명동 Myeong-dong Jung-gu, Gelatin silver print, 27.9×35.5cm, 1971


한미사진미술관(관장 송영숙)은 오는 3월, 원로 사진가 홍순태(1934~ )의 사진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다수 그룹전 및 개인전을 통해 단편적으로나마 소개된 바 있는 그의 서울 촬영 사진들을 집대성하여 보여주는 첫 전시다. 전시와 함께 출간되는 도록은 그가 촬영한 방대한 사진의 주요 한 섹션을 이루는 서울 사진들 중 100여 점을 엄선하여 작가 홍순태의 사진 인생에 대한 오마주로서 헌정될 예정이다.


뚝섬 Ttukseom, Gelatin silver print, 27.9×35.5cm, 1969


이번 전시에 포함된 서울 연작의 배경인 1950년대 후반 ~ 1970년대 초반은 젊은 시절 홍순태가 어느 때보다 열정적으로 카메라 셔터를 누른 시기이자, 스승 임응식 선생을 비롯한 여러 사진인맥들과 교우하며 기록 사진에 대해 진일보한 시기이다. 더불어 서울의 연보안에서도 고성장 산업화와 함께 스러져간 옛 서울의 과도기적 풍경이 적나라하게 목격된 양극단이 공존한 시기다.


"처음 서울을 기록하는 작업을 어떤 욕심도 가지지 않고 시작했듯이 지금도 아무런 욕심이 없다. 다만 후대의 사람들 그리고 많은 젊은이들과 제자들이 자신을 앞서 간 사진가 한 사람이 남긴 사진을 통해 시대적 진실을 보고 기억하길 원할 뿐이다." - 홍순태(도록 서문 <나의 서울>) 중 -


동대문구 신설동 Sinseol-dong Dongdaemun-gu, Gelatin silver print, 27.9×35.5cmcm, 1968


이번 전시는 서울의 달 동네라 일컬어지던 창신동 일대, 금호동, 중림동, 만리동을 비롯하여 6.25 사변 이후 피난민의 생활 터전이던 청계천변을 촬영한 1960년대~1970년대 작업을 소개한다. 사진에 입문한 시절부터 서울의 곳곳을 누비며 서민들의 삶과 애환을 기록한 사진들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홍순태=서울'이 과언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사실 팔순에 들어선 홍순태는 그 세대로서 흔치 않은 서울 토박이다. 학벌까지 서울 사람이어서 '서울' 중고교와 '서울' 대학교를 나왔다. 6.25 사변 직후 학도병으로 차출되어 군생활을 햇떤 1950~1954년을 제외하고는 서울의 중요한 발자취를 직접 보고 듣고 사진으로 기록해왔다. 50년에 걸친 서울의 변화를 커버하는 이 작업의 결과물은 변화무쌍한 서울의 유위전변을 기록한 서울의 이미지 연표다. 


뚝섬 Ttukseom, Gelatin silver print, 27.9×35.5cm, 1969


무엇보다 그가 청계천 주변 서민들의 삶을 기록하는데 애착을 가져온 이유는 그곳이 서울의 어느 지역보다 홍순태의 카메라를 이끈 가난한 사람들의 보고였기 때문이다. 개천 주변은 언제나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터전이었기에, 일제 강점기에도, 8.15해방 후에도, 6.25사변 직후에도 피난민들이 청계천에 모여들어 속속들이 그곳에 움작집, 판잣집을 세워 삶을 개척했다. 노도처럼 밀려온 도시화 물결에 휩쓸려 청계천변 둑방으로 흘러들어왔던 사람들은 1970년대에는 다시 재개발과 도시정비에 떠밀려 봉천동, 상계동, 성남 등지로 파편처럼 흩어져갔다. 1977년 답십리까지 청계천 복개공사가 완료되면서 마장교 아래의 판자촌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그렇게 1960년대 10년 남짓 청계천변에 머물며 생활을 꾸려갔던 사람들의 모습은 우리의 기억에서 갑작스레 잘려져 나갔다. 홍순태의 열정에 기인한 사진기록이 아니었다면 근대화의 찬가가 울려 퍼지던 당시 한국 사회의 그늘진 구석에서 힘겹가 살아갔던 이들의 자취나 흔적을 영영 다시 볼 수 없었을 것이다.


마포구 Mapo-gu, Gelatin silver print, 27.9×35.5cm, 1968


홍순태의 사진은 보통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삶의 현장에서 관찰하고 적나라하게 기록한 것이다. 그의 사진 특유의 기법이라 할 수 있으리라만치 카메라를 피사체 가까이에까지 들이대면서 인물의 심리를 전한다. 홍순태는 객관적인 기록자의 자세가 아닌, 그들 삶에 편입하여 심리적 유대와 격의 없는 교감을 바탕으로 '감정의 리얼리티'를 끄집어내고자 했다. 따라서 그 사진들은 결코 객관성과 정확성을 가장 큰 담보로 하는 일반 사진자료가 아니다. 그보다는 서민들의 애환 섞인 삶, 고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삶의 참모습에 대한 정의에 찬 한 사진가의 시선이다. 그리하여 타지의 사람이 아닌 서울 토박이가 기록한 사진들에는 삶의 애환과 함께 역동적인 에너지와 생의 미학이 담겨있다.


개막일 : 3월 9일 토요일

개막식 : 3월 9일 토요일 17:00

전시장소 : 한미사진미술관 20층 (서울 송파구 방이동 45 한미타워 19층 한미사진미술관 제 1,2 전시실

전시기간 : 3월 9일 ~ 5월 19일

참여작가 : 홍순태 (1934~)

전시작품 : 사진작품 총 108점

주관 : 한미사진미술관

후원 : 가현문화재단, 한미사이언스

관람시간 : 평일 10:00~19:00, 주말, 공휴일 11:00~18ㅣ30

관람료 : 성인 6000원, 학생 5000원


(좌) 청계천 삼일고가 Samilgoga over Cheonggyechoen, Gelatin silver print, 35.5×27.9cm, 1971

(우) 영등포구 Yeongdeungpo-gu, Gelatin silver print, 35.5×27.9cm, 1969


(좌) 한강 뚝섬 빨래터 Women washing laundry at Ttukseom Hangang, Gelatin silver print, 35.5×27.9cm, 1966

(우) 중구 만리동 Malli-dong, Jung-gu, Gelatin silver print, 35.5×27.9cm, 1971


청계천 하류 The lower Cheonggyechoen, Gelatin silver print, 27.9×35.5cm, 1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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