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연의 위엄과 엉뚱한 위트, 스칼렛 전시

2014. 1. 17. 10:46Shared Fantasy/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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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Turtle, Madagascar, C-print, 60ⅹ75 cm, 2013


2013년 한 해, 고전 작가들의 의미있는 전시를 큐레이팅 해온 한미사진미술관이 2014년부터는 특히 신진작가의 창의적 역량에 주목한다. 그 시작을 여는 네덜란드 여성작가 스칼렛 호프트 그라플랜드(Scarlett Hooft Graafland) 전시가 개최된다. 스칼렛 호프트 그라플랜드는 이미 국제 무대에서 설치, 조각, 사진 장르의 영리한 조합과 풍경에 대한 독창적인 접근으로 주목받고 있다. 


41점의 사진 작품으로 그녀가 2004년부터 세계 각국의 오지(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 중궁 광시와 푸젠 지역, 캐나다 누나부트 준주 등)를 여행하며 진행해 온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오지 중에서도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장소들만 찾아 다니는 스칼렛은 천상 '생활여행자'다. 여행자 중에서도 여행의 불편과 고달픔을 감내해야 하는 오지 여행자. "접근이 어려운 외딴 지역만이 가진 순수함이 매력적이다"라고 고백하는 그녀에게 자연 그대로의 수려한 풍광과 그 안에 자연이 품은 청명한 공기, 햇빛에 반사된 고유한 색채는 작업의 생명과도 같다. 


사진1 정 중앙에는 한 여성이 거북이 등껍질을 얹고 웅크리고 있다. 사람의 손이 타지 않았을 법한 오지의 강변에서 그녀는 거북이 시늉을 하며 나체로 포즈를 취했다. 큰 자연 속에 인위적으로 개입시킨 스칼렛의 의도다. 그리고 사진2는 인간에 의한 때 한 점 묻지 않았을 것 같은 소금 사막에서 또 다른 여인이 소금 덩어리를 들고 일각 위에 올라 앉아있다. 사진3은 얼음 바닥에 동물의 창자로 열대 지방에서나 볼 수 있는 야자수 나무를 형태를 표현했다. 마지막 사진4는 황량할 만큼 넓게 펼쳐진 목초지에 세워진 집 지붕 위에 나체로 드러누워 있는 여성을 볼 수 있다. 


사진을 보고 흠칫 놀랐다. 다소 지루할 수 있는 광활한 자연과 풍경 사진인 줄 알았다. 그래서 쉽게 지나칠 뻔한 사진들이었다. 나체로 지붕 위에 누워있는 여성의 위트는 가히 대단하다. 대자연의 위엄과 그녀의 순수한 위트가 사진 속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순수조각을 전공했다는 그녀는 단지 작품을 남기기 위해서만 사진 작업을 해오다가 여행 계기를 통해 사진을 작품으로 만들어냈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오지임에도 불구하고 여행 경험과 작품을 위해 뛰어든 그녀의 용기는 엉뚱하기도 한 위트와 어우러져 재밌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전시기간 : 2014년 2월 22일 ~ 4월 19일 토요일 

전시장소 : 한미사진미술관 19층 제1전시실

시간 : 평일 10:00~19:00, 주말 및 공휴일 11:00~18:30, 매주 일요일 휴관 

관람료 : 성인일반 6,000원 / 학생 5,000원

도슨트 : 매일 오후 4시 



Vanishing Traces, Bolivia, Salar desert, C-print, 120ⅹ150 cm, 2006


(사진2) Out of Continuum, Bolivia, Salar desert, C-print, 120ⅹ150 cm, 2007


(사진3) Palm Tree, Canada, Nunavut, C-print, 72ⅹ90 cm, 2008


(사진4) Brown, Iceland, C-print, 100ⅹ100 cm, 2004


글 : 임예성, 사진 : 한미사진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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